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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수(易水)와 갈석산(碣石山) 그리고 창해(滄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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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陽故臺(무양고대)》는 원(元)대 보정(保定)의 토박이 시인 유인(劉因, 1249~1293)이 今 하북성 보정시 역현(易縣) 소재 연하도(燕下都) 유적지의 무양성(武陽城)에 올라 역수(易水)와 갈석산(碣石山)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어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이다.

 

시에 등장하는 '역수'는 今 보정시 역현의 중역수하(中易水河)이고 갈석산은 연하도를 기준으로 역수 건너편 서남쪽에 우뚝 서 있는 낭아산(狼牙山)이다. 또한 유인이 갈석산에 올라가서 바라보겠다고 한 '창해(滄海)'는 보정시 동쪽 방면에 총면적 366제곱킬로미터의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백양정(白洋淀) 습지로서 지금까지도 그 자취가 남아있는, 고대 발해만의 내해(內海)를 가리킨다.

 

더불어 유인이 「견주어 갈석산에 오르겠다 (擬乘碣石)」고 한 것은 곧 그가 위나라(曹魏) 초대 황제 조조(曹操)의 시 《觀滄海(관창해)》를 떠올리고서, 자신도 따라서 갈석산에 올라가 보겠다란 의미일 것이다. 즉, 유인은 조조가 올랐던 갈석산을 보정의 낭아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武陽故臺

元 • 劉因

 

仁義徒令此舌存    어질고 의로운 이들은 혀가 있음을 경계하노니
轍環初不捄紛紛    수레바퀴 자국도 처음부터 흐트러지지는 않네.
天公欲爲秦漢計    하늘은 진(秦)‧한(漢)의 꾀함을 이루고자 하였으나
野色更無燕趙分    들판의 색이 바뀌듯 연(燕)‧조(趙)의 구분(區分)도 사라졌구나.
滿眼兵塵餘故壘    눈에 가득하던 초병은 티끌 되고 옛 보루만 남았는데
一聲樵唱入秋雲    나뭇꾼의 노래 소리는 가을 구름 속으로 젖어든다.
擬乘碣石觀滄海    견주어 갈석산(碣石山)에 올라 창해(滄海)를 굽어볼까 하노라!
易水東流去不聞    역수(易水)는 동쪽으로 흘러가고 소식이 없네.

 

『靜修集』 권15, '武陽故臺'

 

 

사진 1  보정 낭아산(狼牙山) 전경

 

 

원(元)대의 문학가이자 서예가인 양유정楊維楨(1296-1370)의 《黃金臺賦(황금대부)》에도 또한 갈석산(碣石山)이 역수(易水)와 함께 엮여 등장한다. 《黃金臺賦》 역시 今 보정시 역현(易縣) 연하도(燕下都) 유적지의 황금대(黃金臺)를 배경으로 지어진 시가(詩歌)로서, 유인(劉因)의 《武陽故臺》와 더불어, 적어도 원(元)대 이전까지는 보정의 낭아산(狼牙山)이 '갈석산(碣山)'으로 불렸음을 증언하는 문헌 사료이다.

 


嗚呼噫嘻,望碣石兮,山嵳嵳。

오호! 아아! 갈석(碣石)을 바라보니 산(山)은 울쑥불쑥 솟아 있고

涼風蕭蕭兮,易水波。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쓸쓸한 역수(易水)에 물결이 인다. 

訪故址兮何在招望諸兮悲歌。

옛 터를 찾았으나, 바라보며 손짓하는 슬픈 노래만이 있을 뿐

易可竭兮碣可磋,高臺之風不可磨。

역수가 마르고 갈석산이 닳을지언정 바람이 고대(高臺)를 갈아 없애지 못하리라.

 

『麗則遺音』 권2, '黃金臺賦' (元 楊維楨 撰) 중에서